충청남도 천안시는 역사, 자연, 전통 시장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입니다. 빠르게 발전한 도시적 모습 이면에 오래된 길과 산책로, 향토음식이 남아 있어 도심 속에서도 여유로운 하루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태조산과 흑성산성을 잇는 역사 산책 코스, 천안삼거리공원에서의 감성 피크닉, 천안 중앙시장에서의 먹거리 투어는 자연과 전통, 맛을 아우르는 천안다운 여행 루트입니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천천히 머물기 좋은 이 코스는 일상에 지친 여행자에게 쉼과 경험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태조산 산책과 흑성산성 역사 산행, 도심 속 고즈넉한 걷기
천안시 동남구에 위치한 태조산은 해발 422m의 완만한 높이를 가진 시민의 산으로, 등산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책형 산행지입니다. 태조산 일대는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숲이 울창하게 조성되어 있어 사계절 내내 도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산 입구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산책길과 등산로가 잘 구분되어 있어 노약자나 가족 단위 방문객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습니다. 등산로 중 하나를 따라 오르면 자연스럽게 흑성산성으로 이어지는데, 이 성은 고려 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태조 왕건이 후삼국 통일 과정에서 이곳에서 전투를 벌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흑성’이라는 이름은 산세가 험하고 검은 바위가 많아서 붙은 이름으로 전해지며, 산성 유적과 함께 당시에 사용됐던 성벽 일부가 복원되어 있어 역사적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흑성산성에 오르면 천안 도심은 물론 멀리 아산 방향까지 탁 트인 전경이 펼쳐지며,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짙은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까지 계절에 따라 다양한 경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산성 위에는 쉼터와 역사 안내판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QR코드를 통해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어 역사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짧지만 알찬 태조산~흑성산성 산행은 운동과 역사 학습, 경관 감상을 모두 만족시키는 코스로, 도심 근처에서 자연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천천히 걸으며 사색과 호흡을 나눌 수 있는 이 길은 천안 여행의 시작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천안삼거리공원 감성 피크닉, 설화와 정원이 있는 도시 속 쉼터
태조산에서의 산행 후, 도보나 차로 10분 거리에는 천안의 대표 녹지공간인 천안삼거리공원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고려 시대부터 한양과 호남, 영남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였던 삼남대로의 중심이었던 '삼거리'를 기념하여 조성된 대형 공원입니다. 넓은 잔디밭과 산책로, 역사 조형물이 어우러져 도심 속에서도 한적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봄철 벚꽃과 가을 억새 시즌에는 포토존으로서도 큰 인기를 끌며, 곳곳에 설치된 설화 조형물과 연못 정원은 예스럽고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공원 중앙에는 충절을 상징하는 이방지 장군과 천안 삼거리에 얽힌 전설을 표현한 설화 벽화가 조성되어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물놀이장, 계절마다 열리는 문화 공연장도 갖추어져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휴식 공간을 제공합니다. 피크닉을 즐기려는 방문객을 위해 그늘막 설치 구역, 간이매점, 푸드트럭존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테이크아웃 커피나 간단한 간식을 챙겨 잔디 위에 앉으면 도시의 소음과는 완전히 분리된 듯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원 곳곳에는 커플 벤치, 모노레일 조형물, 오래된 은행나무 쉼터 등이 있어 감성적인 사진 촬영에도 제격입니다. 천안삼거리공원은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요소 위에 역사와 전통을 덧입힌 공간입니다. 단순한 쉼터가 아닌, 이야기가 있는 공원이기에 산책 그 자체가 여행이 되며, 가족 여행, 연인 데이트, 혼자만의 시간 모두에 어울리는 장소입니다. 산에서의 움직임 뒤 조용한 녹지에서의 피크닉은 천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완벽한 조합입니다.
천안 중앙시장 먹거리 투어, 진짜 로컬을 맛보다
여행의 마무리는 천안의 중심이자 오랜 상권의 숨결이 남아 있는 천안 중앙시장에서의 먹거리 탐방입니다. 중앙시장은 1960년대부터 형성된 전통시장으로, 현재도 활발히 운영되며 천안 시민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로컬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식 골목은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 빠른 회전율로 여행객에게 천안의 참맛을 선사합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펼쳐지는 병천순대 골목이 가장 유명합니다. 천안의 대표 음식인 병천순대는 내장이 적고 당면이 많은 스타일로, 고춧가루와 들깨가루로 칼칼하게 끓인 순댓국과 함께 즐기면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각 식당마다 육수와 고명의 차이가 있어 비교하면서 골라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호두과자, 튀김족발, 수제 어묵, 국밥집, 시장 칼국수집 등이 줄지어 있어 소소한 간식부터 한 끼 식사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장의 손맛과 넉넉한 인심이 곁들여져 있어 어느 집을 들어가도 ‘잘 먹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시장 내부는 비교적 깔끔하게 리모델링 되어 있으며, 청년 상인 창업존과 로컬 브랜드 부스도 구성되어 있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느낌을 줍니다. 지역 주민들과의 짧은 대화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되며, 천안만의 정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천안 중앙시장은 단순히 먹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천안의 문화와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현장입니다. 현지의 공기, 사람, 음식이 하나 되어 기억에 남는 ‘진짜 로컬’ 여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천안의 하루 여행은 이 시장에서 따뜻하게 마무리됩니다.
천안은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지만, 그 속에는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길, 머물 수 있는 녹지, 맛볼 수 있는 진짜 음식이 있습니다. 태조산과 흑성산성에서 역사와 자연을 마주하고,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여유로운 피크닉을 즐긴 뒤, 중앙시장에서 온기를 담은 한 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행. 이보다 더 균형 잡힌 도시형 여행은 드뭅니다. 천안은 오늘도 당신의 하루를 천천히, 그러나 풍성하게 채워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