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는 굴비의 본고장으로, 대한민국 어디서든 ‘영광굴비’라는 이름을 들어봤다면 그 뿌리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특히 법성포는 수백 년간 이어진 전통 굴비 제조 방식과 함께, 지금도 매년 수천 톤의 굴비가 전국으로 유통되는 중심지입니다. 그런데, 굴비정식은 그저 밥반찬으로 먹는 생선구이보다 훨씬 깊은 문화와 매너, 기술이 담긴 식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광 법성포에서 굴비정식을 제대로 먹는 법, 좋은 굴비 고르는 팁, 그리고 현지 식당과 구매처를 중심으로 ‘진짜 굴비’를 이해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굴비정식,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 먹는 순서와 맛의 포인트
‘굴비정식’은 단순히 굴비 한 마리와 밥만 나오는 식사가 아닙니다. 법성포 현지 식당에서는 보통 굴비구이와 함께 무채무침, 나박김치, 된장국, 굴비 내장젓갈, 마른 반찬 등 전통 반상 차림이 제공됩니다. 밥도 일반 백미가 아닌, 보리쌀이나 들기름 향이 가미된 향미밥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굴비를 제대로 먹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살이 부서지지 않도록 젓가락으로 등 쪽을 세로로 갈라 위쪽 살부터 부드럽게 발라냅니다. 그런 다음 가시를 중심으로 위아래를 나눠 먹되, 한입 분량씩 밥과 함께 곁들여야 짠맛과 고소한 맛이 적절히 어우러집니다. 굴비는 염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먹기보다는 밥, 나물, 된장국 등과 섞어 먹는 것이 정석입니다.
현지인들은 굴비살을 밥에 비벼 간장 한 방울과 들기름 몇 방울을 섞어 비빔밥처럼 먹는 방식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에는 굴비 내장젓이나 굴비속젓을 조금 곁들여 감칠맛을 더하면 그야말로 ‘굴비정식 완성’입니다. 특히 굴비 눈 주변이나 뱃살 아래 기름진 부위는 별미로 여겨지며, 고소한 풍미가 강하니 천천히 음미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현지에서 찾는 진짜 굴비 식당 – 영광 법성포 인기 식당 BEST 3
영광에는 굴비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약 30여 곳 이상 있지만, 진짜 현지인과 미식가들이 찾는 식당은 따로 있습니다. 아래는 관광객 대상 ‘굴비구이집’이 아니라, 굴비의 염도·식감·밥 조화까지 세심하게 설계된 굴비정식 식당 3곳입니다.
- 1. 법성굴비정식집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길 26)
영광 토박이들이 자주 찾는 정통식 식당으로, 20년 넘게 같은 염도와 굽기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염도가 낮아 처음 먹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보리밥과의 조화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2. 굴비골한정식 (영광군 법성면 굴비로 132)
한옥 구조의 식당 내부와 전통 반상차림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굴비 외에도 제철 나물과 해조류 반찬이 풍부하게 제공되며, 손님 응대와 위생 수준이 높아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적합합니다. - 3. 영광전통굴비집 (영광군 법성면 시장길 8)
굴비 장인 가문에서 직접 운영하는 식당으로, 굴비 자체가 가정 제조식으로 소량 염장된 것이 특징입니다. 식사 후 굴비 구매까지 한 번에 가능한 곳으로, 미식 여행자들 사이에선 유명한 장소입니다.
이 외에도 법성포 시장 골목에는 작은 굴비 백반집이나 순댓국밥집, 해장국집 등도 밀집해 있어 식사 후 시장 골목을 산책하며 지역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굴비 구매 요령 – 원산지, 염도, 포장 상태 확인 필수
식사 후 굴비를 집에 가져가고 싶다면, 무작정 사는 것보다 3가지 기준(원산지, 염도, 건조 상태)를 기억해야 합니다. 영광 굴비의 핵심은 ‘조기’인데, 조기의 원산지는 대부분 국내산(군산·목포) 또는 중국산으로 나뉘며, 가격 차이가 꽤 큽니다. 국내산 조기는 마리당 10,000원~15,000원 선, 중국산은 5,000원 이하도 가능하지만 풍미가 떨어집니다.
굴비를 고를 때는 아래 사항을 확인하세요:
- 1. 껍질이 은색에 가깝고 윤기가 날 것: 산패된 굴비는 껍질이 탁하거나 갈변 현상이 있습니다.
- 2. 배 쪽이 통통하고, 눌렀을 때 복원력이 있는지: 지나치게 마른 굴비는 수분이 빠져 맛이 퍽퍽합니다.
- 3. 냄새가 지나치게 짜거나 역하지 않을 것: 좋은 굴비는 짠 향보다는 바다향과 은은한 비린 향이 섞여 있어야 합니다.
염도는 7~9%가 표준이며, 가정용으로는 6~7% 이하의 저염 굴비가 적합합니다. 선물용 포장은 진공+아이스팩 포장이 필수이며, 여름철에는 반드시 아이스박스를 별도로 요청해야 합니다. 택배 시 ‘냉동 당일발송’ 여부도 확인하고, 가격이 너무 저렴한 상품은 원산지나 건조 방식이 불분명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구매처로는 법성포 전통시장 내 직거래 매장이나, 영광굴비특화단지 내 제조장 직영점을 추천합니다. 단순 관광상품보다 훨씬 신뢰도가 높고 품질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들을 수 있습니다.
영광 법성포에서의 굴비정식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수백 년 간 내려온 조선의 ‘건어문화’와 남도의 식미학을 느끼는 여행이 됩니다. 굴비의 향과 염도, 구이의 온도, 반찬 구성, 그리고 흰 쌀밥의 밸런스까지 하나의 음식 안에 섬세한 미학이 숨어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법성포를 찾는다면, 그저 굴비 한 마리를 먹는 데서 끝나지 말고, 굴비를 제대로 ‘이해하고’, ‘맛보고’, ‘기억하는’ 특별한 식사를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