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군은 대규모 관광지는 아니지만,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여행지입니다. 특히 오랜 역사와 자연을 간직한 명소들이 많아 사색적인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큰 만족을 줍니다. 이번 코스는 신비로운 석굴에서 시작해, 감성적인 옛 기차역, 그리고 고즈넉한 마을 둘레길을 걷는 정적인 하루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삼존석굴 산책, 화본역 감성 여행, 장군마을 둘레길 걷기를 통해 군위의 진면목을 느껴보세요.
삼존석굴 산책, 천 년을 품은 석불과 마주하다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에 위치한 **삼존석굴**은 통일신라 시대에 조성된 불교 유적지로, 천연 석굴 내부에 세 명의 불상이 조각되어 있는 독특한 사찰입니다. 천연 동굴을 활용해 만든 이 석굴은 불교 신앙과 자연의 조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재로, 국보 제109호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가치가 큽니다. 삼존석굴은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약 15분 남짓한 산책로 끝에 위치해 있어, 도착까지의 여정도 매우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가벼운 등산화나 운동화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며, 길 중간마다 숲 내음을 가득 머금은 공기와 잔잔한 물소리가 여행자를 반겨줍니다. 특히 가을 단풍철이나 봄철 신록이 펼쳐지는 시기에는 한 폭의 동양화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석굴 내부에는 중앙의 본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살상이 조각되어 있으며, 이들 모두는 암벽을 그대로 깎아 만들어졌습니다. 표정은 온화하면서도 장엄하고, 석굴 내의 자연 채광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바닥은 자연 암반으로 되어 있어 그야말로 자연과 신앙의 결합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삼존석굴은 많은 사람이 붐비는 관광지가 아니기에 조용히 불상 앞에 앉아 명상하거나, 사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입니다. 천년의 시간이 고요히 흘러가는 이 공간에서의 짧은 머무름은 마음속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화본역 레트로 감성 여행, 시간 속에 멈춰 선 기차역
삼존석굴의 고요함을 뒤로하고, 이번엔 군위군 산성면에 위치한 **화본역**으로 이동합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이 역사(驛舍)는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감성 철도역으로,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해 유명해졌습니다. 화본역은 현재는 여객 운송이 중단되어 있지만, 그 건물과 주변 시설이 잘 보존되어 있어 ‘살아 있는 철도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줍니다. 붉은 벽돌 건물, 낡은 나무 벤치, 손으로 돌리는 전화기와 시계 등은 모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방문객에게 진한 향수를 안겨줍니다. 역사 내부는 ‘추억의 새마을운동 기록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1960~1980년대 군위 농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과 소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외부에는 작은 기차 모형과 철길 포토존, 옛날 간이 매점이 재현돼 있어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도 인기입니다. 기찻길 옆에는 실제 기차 차량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에도 좋은 코스입니다. 특히 주말에는 간단한 플리마켓이나 로컬 농산물 판매도 이루어져 화본역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듭니다. 이곳에서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춰, 느리고 정겨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참을 머물러도 질리지 않는, 감성 가득한 시간이 흐르는 공간입니다.
장군마을 둘레길 걷기, 고요한 마을 속에서 나를 걷다
화본역에서 약 10분 거리에는 군위군 부계면에 위치한 **장군마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조선 시대 장군을 배출한 유서 깊은 마을로, 현재는 전통적인 한옥과 돌담길, 자연 풍광이 어우러져 조용한 여행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을을 중심으로 조성된 **장군마을 둘레길**은 걷기 좋은 길로, 자연과 마을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힐링 코스입니다. 둘레길은 약 3km 내외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탄한 흙길과 데크길이 번갈아 나타나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옛 돌담길과 한옥 담벼락이 이어지고, 텃밭 사이로는 계절마다 다른 작물이 자라나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길 옆으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곳곳에 놓인 정자와 벤치에서는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습니다. 둘레길 중심에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북카페와 로컬 갤러리도 있어, 걷는 중간에 문화를 향유하는 소소한 재미도 더해줍니다. 가을에는 들녘과 감나무, 봄에는 유채꽃과 벚꽃이 만개하여 사진 찍기에도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 장군마을은 상업화되지 않아 조용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친절하고 따뜻하게 여행자를 맞이해주며, 그 따뜻함 속에서 걷는 길은 몸과 마음에 편안한 안식을 선물합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장군마을 둘레길은 가장 이상적인 선택입니다.
군위는 작지만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삼존석굴의 신비로움, 화본역의 정겨운 시간, 장군마을의 고요한 풍경 — 이 세 곳을 잇는 하루 여정은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쉼과 사색의 여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다면, 군위는 그 조용한 답이 되어줄 것입니다.